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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학 내 폭력의 뿌리 / 체육시민연대 김상범

김상범 중앙대 체육과학대학 교수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공포의 집합’이란 제목으로 방영된 영상은 시청자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용인대 경호학과 06학번 선배가 그 후배를, 그리고 그 후배가 또 후배를 각목이 부러지도록 구타하고, 손과 발로 뺨과 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었다. 무엇 때문에 선배가 후배들에게 그토록 가혹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게 만드는 것일까? 전통이란 미명 아래 구타와 가혹행위를 통해 후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악습은 반인권적이며 생명파괴적인, 공동체 전체의 문제이다. 폐쇄된 집단일수록 폭력의 정도가 더 심각하고, 특히 감독자나 관리자로부터 묵인되거나 용인된 폭력은 더 은밀하게 학습되고 더욱 나쁜 형태로 재생산된다. 최근 몇년 동안 해마다 대학 내 폭력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쉽게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지식의 전당인 대학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격체들이 자유로운 소통과 서로에 대한 신뢰·존중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함에도 이렇게 억압적인 공간에서 그들의 미래가 거세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려온다. 대학 내 폭력은 그 상황에 있었던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환경을 만들고 그런 폭력행위를 용인하고 자라나도록 허용한 우리 기성세대의 문제는 아닐까? 2008년 이 대학에서 입학식도 하지 못한 채 숨진 강장호군 사건이 있은 뒤, 당시 이 대학 총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절 방안과 조처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대학에서 같은 사건들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당사자들이 아픈 부분을 도려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제가 다시 외부로 노출되면 처벌이나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일이 되풀이된다. 분명한 것은 폭력행위에 대한 임기응변적인 처방이나 대책은 이후 또다른 폭력사고를 앉아서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점이다. 체육계나 체육 관련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은 우발적이거나 감정적인 데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당연시하고 정당화하는 체육계 내부의 인식에 기인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해당 대학 구성원들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수들의 강력한 의지로 폭력적 관행을 끊은 대학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또 학생회의 노력으로 대면식이며 후배 길들이기를 진정한 의미의 환영식으로 변화시켜 선후배간 돈독한 정을 나누는 곳도 많다. 어느 대학은 행사 뒷정리를 군대에 다녀온 예비역 선배들이 하면서 후배들이 그 모범을 따라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선배들이 후배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대학일수록 신입생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나 대학 행정당국 등은 이 문제를 직시하고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상담센터나 학생고충처리센터 등에 인력과 재정을 배치하고, 실태를 조사하고 관리해야 한다. 의식과 잘못된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문제가 생길 때만 호들갑 떨며 그때만 넘어가려는 생각은 회의감만 키운다. 다시는 이러한 사건으로 대학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건강하고 행복한 스포츠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체육인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 결단을 내리고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할 때이다. 폭력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반인권적 범죄행위이다. 지난해 대한체육회장이 폭력 근절을 약속하며 “맞아가며 따낸 금메달은 가치가 없다”고 한 말이 결실을 맺어, 체육과 스포츠를 즐기고 향유하는 국민 모두의 가슴에 아름다운 금메달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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