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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체육법(안)’의 진실과 오해 [동아일보]

‘학교체육법(안)’의 진실과 오해

오 광 진(한국재활복지대학)

제 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뜨거웠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지난 3월 2일, 국회에서 ‘학교체육법(안)’이 부결되었다. 부결 이유가 법안이 절차상 문제가 있고,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으며, 엘리트체육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체육계의 우려가 있어서라고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결 내용이었다. 법안 상정의 절차와 심의과정을 필자는 잘 모르니 국회에서 의원들 사이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충분히 논의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 법안이 부결된 이유 중의 하나가 엘리트체육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말에는 수긍할 수가 없다. 이 법안은 학교현장에서는 일반학생들에게 더 많은 체육활동 기회의 폭을 넓혀 학교체육이 정상화 되고, 엘리트체육 현장에서는 체육인재를 신속히 발굴하여 엘리트체육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즉, 엘리트체육과 학교체육이 상생(相生)할 수 있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체육은 엘리트체육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지금도 엘리트체육은 잘 발전되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만 보아도 금 6개, 은 6개, 동 2개, 총 14개 메달을 획득하여 세계 5위인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스포츠강국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엘리트체육 현장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이러한 엘리트체육의 구조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엘리트체육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되는 학교체육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학교체육현장은 어떤가. 일반학생들에게는 체육활동을 안 시키고 학생선수들에게는 공부를 안 시키는 체육문화가 아닌가. 더욱이 일반학생들은 오직 공부만 하고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일 주에 몇 시간 아니 몇 분이나 되겠는가. 또 체육환경은 어떤가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학교현장이 아니지 않는가. 이러한 학교현장의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미래의 김연아, 모태범 같은 선수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서 선수 수급이 안 된다는 목소리를 정부관계자들은 듣고 있는가 궁금하다. 일부 초등학교 야구부에서는 15-16 명의 학생선수를 가지고 팀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감독이 야구부를 운영하려면 적어도 18명은 있어야 팀을 운영할 수 있다. 시합을 앞두고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두 편으로 팀을 나누어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많은 것 같지만 실제로 팀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농구현장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이러한 선수 수급의 문제는 엘리트체육을 지탱해주어야 할 학교체육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이 실종된 학교체육이 살아나지 않는 한 미래 우리나라 엘리트체육의 발전은 불투명하다. 인기종목인 야구, 농구의 현실이 이러할진대 비인기종목들의 선수 수급은 어떠하겠는가.

이러한 체육계의 우려를 반영하여 발의한 법안이 바로 ‘학교체육법’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일반학생들의 건강한 체력증진을 위해 학교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선수를 위해 최저학력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체육관계자들은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스포츠클럽이 활성화 되면 엘리트체육 중심의 학교체육에서 벗어나, 방과 후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 참여 기회가 많아져 생활체육이 활성화 되고, 운동종목들도 다양하게 개설되며, 수준별(혹은 학년별) 시합도 다양하게 개최되어 주중에는 수업결손이 없이 주말에 리그제로 시합을 운영하는 선진국형 체육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문제는 최저학력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에 대해 일부 엘리트체육 관계자들 사이에서 우려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혹 주변에서 엘리트체육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학생선수들에게 공부를 다 시키고 언제 운동을 하며, 학생선수들은 공부를 할 마음가짐이 안 되어 있고, 공부하는 것보다 운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곤 한다.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 필자는 동의할 수가 없다. 학생선수들도 선수 이전에 학생으로서 학생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필자는 지난 해 연구년을 맞아 1년 동안 미국에서 살았다. 매주 1회 고등학교 체육현장을 방문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학생선수들이 결석 없이 매일 수업을 받고 매 학기 B 학점 이상 취득하여야만 학생선수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교칙을 보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학생선수들 가운데에는 두 가지 운동(예: 미식축구와 축구, 야구와 육상 등)을 병행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심지어 체육활동과 예능활동을 병행(예: 합창부와 축구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가 하고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직 우리 체육문화가 선진국의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이러한 체육문화를 언제까지 유지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체육문화를 선진국형 체육문화로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법이 바로 학교체육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은 학교현장에서 일반학생들에게는 최소한의 체육활동에 참여하게 하고, 학생선수들에게는 기본적인 학습권을 보장하여 최소한의 공부를 시키자는 합의문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나라 학교체육의 현실을 알고 국회의원들이 학교체육법(안)을 부결시켰는지 필자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현재 학교체육이 잘 수행되고 있다면 체육인들이 왜 이러한 학교체육법을 만들려고 할 것인가. 오죽하면 체육인들 사이에서 학교체육법을 만들었겠는가. 체육인들이 이 법안을 왜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국민들이 이해해 줬으면 한다. 그런데 심사숙고하지도 않고 대다수 체육인들의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고 학교체육법을 반대한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 국회의원들이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운동 안하는 일반학생과 공부 안하는 학생선수들을 언제까지 배출할 것인가. 이제 과거의 전근대적인 체육문화를 바꿀 때도 되지 않았는가. 단지 올림픽과 월드컵을 보면서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처럼 말하지만 말고, 진정 우리나라 체육문화가 선진국형 체육문화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체육발전을 위한 감시자가 되면 어떨지. 우리 모두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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