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약속 이전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촉구한다
2019년 1월 8일, 언론을 통해 드러난 조재범 성폭력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분노로 술렁이고 있을 때, 대한체육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내용은 놀라웠다. 체육계 성폭력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수치 중심의 성과 홍보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태조사 응답자 중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일반선수 2.7%, 국가대표 1.7%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는 어떻게 했으며, 가해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또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수치에 대한 불신에 더해, 성과만을 강조하는 보도자료의 내용에 대한 여론의 공분이 일어났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파면 청원이 쇄도했고, 300여개가 넘는 문화체육, 여성, 인권 시민단체 그리고 국회에서도 이기흥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조재범 성폭력 사건의 사건발생 장소 중의 하나로 지목된 곳이 바로 진천선수촌이다. 선수촌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가장 편하고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대표의 소집과 훈련, 선수촌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이 바로 대한체육회다. 우리는 대한체육회장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 대한체육회장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공적 직위를 갖고 있는 모든 이를 대표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체육계에서 반복되어 온 성폭력 사건을 방관, 방조한 직접적인 책임이 바로 대한체육회에 있다. 가해자의 개인적인 일탈인 양, 뻔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대한체육회장이 직접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과와 약속 이전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때만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출발점에 설 수 있다.
사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의 문제는 이번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16년, 체육계의 역사적 과제인 양대 체육회 통합 후 최초로 선출되어 체육인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이기흥 회장의 행보는 오히려 체육계를 퇴행시킨다는 평가로 가득하다. 임기 초기부터 시작된 보은인사, 선수촌 탈의실 ‘몰카’ 사건에 대한 미온적 대응은 그 자체로 큰 논란이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2015년 성추행 혐의로 영구제명된 지도자를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을 통해 3년 자격정지로 감경시킨 것처럼, 지속적으로 제기된 비위자 면죄부와 선수촌장의 러시아 곰 사냥, 선수촌 음주 파문 등에 대해 국회의원들로부터 민망할 정도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 것은 체육계의 만연한 성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 체육, 문화시민운동 단체는 여성, 인권, 법률단체들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체육계 성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캠페인을 벌이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체육계의 적폐를 청산하고, 모든 시민이 행복할 수 있는 스포츠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
2019년 1월 15일(화)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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