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29371

노진규, 강정호 선수를 통해서 본 한국 스포츠의 도덕적 딜레마

서성우 / 체육시민연대 사무국장


2016년 4월 3일,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노진규 선수가 골육종으로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故 노진규 선수는 2013년 9월 개인병원에서 왼쪽 어깨뼈에 종양을 발견하고 골육종의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으나 K대학 A의사에게 세 차례에 걸쳐 골육종이 아닌 거대세포종 진단을 받고 “악성일 가능성이 낮으니 내년 2월 동계 올림픽이 끝나고 종양을 제거하자”,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등의 소견을 받아 다시 훈련에 돌입하였다. 그 후로도 종양은 계속 커져만 갔고 여러 차례 수술과 치료를 병행하다 끝내 숨졌다. 직접 사인은 골육종이었다. 이 꽃다운 청춘의 죽음은 불가피했던 것일까. 운동선수들의 부상투혼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정서가 의사 소견에 투영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에 의학 논문데이터베이스(KMbase)에서 골육종에 관한 자료를 탐색하였다.

오진이나 진단 지연의 확률이 있고 오진이 초래할 위험이 크다면 대회 출전여부를 따지기 전에 정밀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았을까. 의사가 그를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평범한 스물 셋 청년으로 바라봤다면 종양 제거를 내년으로 미루자고 말할 수 있었을까. 2020.05.18. 수술도 미뤘다...아파도 아프지 않은 권한진의 '부상 투혼’ 2020.01.14. ‘부상 투혼’ 김연경 “모든 것 걸고 싶어 진통제 맞고 뛰었다” 2020.03.27. '부상투혼' 손흥민, "통증 느꼈지만 팀 돕고 싶었다“ 운동선수는 왜 자신의 안위를 등한시하고 팀(국가)을 위해 희생하면서 부상을 감내하는가? 이는 ‘선수라면 마땅히‘라는 필행(必行)의 관습이 스포츠에서 규범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포츠에서 ‘부상투혼’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팀(국가)의 승리를 위해 피를 흘리거나 뼈가 부러져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은 투혼과 희생, 도전이라는 단어로 미화되어온 것이 현실이다.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 지도자의 지시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문화 등이 그들의 행동을 강제하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습은 선수가 부상 이후에 충분한 휴식과 치료 없이 복귀하는 현상을 초래하여 선수생활을 단축시키고 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을 상실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선수들의 부상투혼 이면에는 비출전이 초래할 손실에 대한 두려움, 주전 경쟁에서의 패널티, 주요타자들에 대한 미안함 등에 대한 압박이 숨겨져 있으며 이러한 관습과 반인권적 상황은 운동만이 살 길이라고 인지하는 선수들의 인식과 맞물려 구조적으로 뿌리내리게 되었다. 유독 스포츠에서 고통과 인내를 강요받고 반인권적 상황이 재생산되는 이유는 일상적인 삶에서의 행위는 대체로 엄정한 기준에 의해 제어되는 반면 스포츠의 행위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정의할 수 없고 다수가 옳다고 인정하는 사회적 규범에 의해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져도 인내하는 것을 스포츠 정신으로 해석한다면 선수들은 부상, 은퇴, 나아가 죽음의 위험까지도 직면할 수 있으며 故 노진규 선수 사례와 같은 희생이 반복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승패를 위한 도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선수인권보호를 위한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국내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는 2010년대 KBO 리그 최고의 유격수이자 역대급 유격수 계보의 일원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최초의 한국인 야수로, 2015년과 2016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으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국보급 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무려 3회의 음주운전 적발과 자기범인도피교사를 저지르면서 프로 경력이 중단되었다가 2018년 말에 겨우 복귀했으며 시즌 중간에 방출되었다. 그런 그가 2020년 4월 29일 기준으로 KBO 리그 복귀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본인이 한국에서 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미국에서 돌아온 강정호를 공항에서 맞이한 50여명의 취재진이 처음으로 던진 질문이다. 그는 끝내 답하지 않았고 변호사를 통해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야구로 보답하고 싶다”등의 입장을 밝혔다. 강정호는 상벌위원회를 통해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받았고 이르면 내년부터 KBO리그 무대를 다시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한 선수를 영입하는 문제나 야구 종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강정호가 다시 국내 무대로 돌아와서 팀의 승리를 가져오고 관중의 환호를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스포츠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있어도 결과적으로 승리한다면 모든 것이 용인될 수 있다는 귀결은 프로선수, 지도자, 아마추어(학생)선수의 가치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량이 뛰어난 운동선수는 죄를 지어도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제공함으로써 죄의식의 부재를 초래하고 스포츠인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성품에 대한 인식을 저해하여 도덕적 무감각을 야기할 수 있다. 결과론적으로 故 노진규 선수와 강정호 선수의 사례는 스포츠에 대한 윤리의식 부재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스포츠 분야에서 선수들의 인권과 인성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할 필요성을 제공한다. 선수들의 인권과 안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승리만을 목적으로 하여 선수의 인성이 등한시되는 사회구조로부터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2020.06.12 체육시민연대

*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1657642 **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6365889


조회수 18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저는 소위 말하는 한국 엘리트체육, 특기자제도의 특혜를 받고 선수 생활을 했고 국가 대표 출신으로서 국내외 지도자 생활을 거쳐 온 사람입니다. 저는 선수 생활을 시작한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 지각하거나 수업 중간에 훈련하러 가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해 왔고, 어떤 의문을 품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되어 선수촌에 입촌한

선수와 학생으로 살아온 교수와 학부모로 살고 있는 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저는 3년간 수영선수, 11년간 농구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초, 중, 고, 대학까지 총 14년간 엘리트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운동만이 길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고 뛰고 또 뛰었습니다. 청소년 국가대표에도 선발됐고, 명문대에 입학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는 팀의 주장으로

얼마 전, 어느 학교에서 선생님을 대상으로 ‘스포츠분야 인권교육’을 마치고 나오는데, 어느 분께서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데....”라고 말씀을 하시며 제 옆을 지나가십니다. 마음은 무겁고 뒤통수는 뜨끈뜨끈하고 천근만근의 무게를 가슴에 얹고 돌아왔습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세탁을 세탁기가 합니다. 세탁물을 옮기고 세탁기에 넣고 세탁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