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하라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2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단 하루만에 20만명이 넘는 국민청원이 이뤄졌고 한 달 사이 그 수가 60만명을 넘어섰다. 보기 드문 진기록의 핵심 내용은 대한빙상연맹의 적폐를 엄중 처벌하라는 것이었다. 문체부는 특정감사 결과, 국가대표 선발과 지도자 임용의 부적정성, 특정인물의 권한남용과 부당한 영향력 행사, 경기복 선정과 후원사 공모과정의 불투명, 업무활동비와 수당의 부당지급 등 빙상연맹 운영의 비정상적인 사례 총 49건의 문제를 확인하였다. 이어 관련자 징계와 수사의뢰를 비롯해 빙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할 것을 대한체육회에 권고하였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을 유보하고 TF를 만들어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매듭지으려 하였으나 TF의 과반수가 넘는 위원들까지도 관리단체지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정관 제12조는 관리단체 지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체육회 정관 등 제 규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 60일 이상 회원단체장의 궐위 및 사고, 재정 악화 등 기타사유로 정상적인 사업수행 불가 등이 그 내용이다.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서 지정할 수 있다. 현재의 빙상연맹은 관리단체지정 사유 1, 2, 5호 등 최소한 세 가지에 해당하여 관리단체로 지정해야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가 관리단체지정을 유보한 이유는 무엇인가? 구태를 눈감고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는 적폐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은가? 구적폐를 딛고 신적폐를 쌓고 있지는 않은가? 대한체육회는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
한쪽에서는 빙상원로, 대의원, 지도자 중 일부가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고 관리단체지정을 반대하는 서명용지를 돌렸다. 60만이 넘는 국민청원은 무시하고 특정인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똘똘 뭉친 178명의 전현직 빙상연맹임원들의 서명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규정에 없는 업무활동비를 매달 나눠 회의비로 둔갑시켜 쓰는 썩은 단맛에 길들여진 것일까? 아니면 대접받지 못하거나 소외될까봐 두려운 것일까? 눈 밖에 나면 메달이건 대표선발이건, 그 무엇이 되었건 ‘불공정한 이익’조차 못 챙길까봐 두려운 것일까?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연맹의 예산이 줄어들어 선수들의 시합, 전지훈련조차 지원받지 못한다는 이미 확인된 거짓을 확산시키며 지키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빙상연맹은 빙상인이 지켜야지라는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를 덧씌워 60억원이 넘는 국민세금을 쓰면서도 젊은 빙상인들과 부모, 학계나 시민사회 관심 밖에서 그들만의 성을 쌓는 이유는 무엇일까?
빙상연맹의 사유화, 공정성과 투명성의 결여, 연맹의 무능과 비정상적 운영, 지도자 및 선수 관리 부실, 심지어 선수폭행과 성추행, 승부조작 등의 문제까지 연맹의 총체적 부실은 오랫동안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어 왔다. 그 속에서 선량한 선수들과 부모들은 끊임없는 희생을 강요당하고 많은 지도자들이 줄서기를 해야 하거나 내쳐졌다.
촛불민심이 지난 정부를 탄핵했듯이 국민들은 ‘현재의 빙상연맹을 탄핵’한 것이다. 관리단체로 지정한 뒤 독립적이고 공정한 관리위원을 파견해 규정 정비, 인적 쇄신, 공정성과 투명성, 합리적 운영이 가능한 빙상연맹으로 정상화시키라는 국민명령이다.
이제 대한체육회가 화답할 차례이다. 가맹단체의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대한체육회는 그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오래된 카르텔 속에 갇혀 책임을 방기하는 신적폐로 개혁과 청산의 대상이 될 것인지? 국민청원을 준엄하게 여겨 빙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빙상연맹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2018. 9. 17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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