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88회 전국체육대회가 광주에서 개최된다.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해 어느덧 1세기 가까이 실시해 오면서 전국체전은 애향심에 호소하며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고 지역 간 화합과 우의를 다지는 축제의 장으로서, 또한 스포츠강국의 산실로서 사회통합의 순기능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 그리고 빛을 보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선수들에 대한 대책에 참여정부는 애써 외면하며 학생선수들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전국체전의 후원자 노릇만 하고 있다.
그 동안 학생선수들에게 학교는 ‘교육의 장’이기보다는 운동기능의 향상과 승리만을 위해 강요된 ‘혹독한’ 훈련과정과 ‘폭력’이 존재하는 ‘고통의 장’이었다. 어린학생들의 행복추구권과 학습권을 박탈하는 인권의 사각지대인 것이다.
학생이 학생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운동선수로서 책임만 강요받는다면 체육특기생이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학교생활에서 방관자였던 그들에게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으로서 애교심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 또한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종합채점제로 순위를 매기는 시대착오적이고 비정상적인 전국체전은 지자체들이 성적향상을 위해 우수선수를 스카우트 하는데 수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게 만들었고, 아마추어 선수가 억대 연봉을 받고 조건이 좋은 시도로 돌아다니는 철새 선수를 양성화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원인이 되어버렸다.
결국 이러한 전국체전의 폐단으로 인해 진학을 위한 승리지상주의의 현실과 어른들의 욕심 속에서 어린 학생선수들은 인간으로서의 ‘행복추구권’도 거부당하고, 학생으로서의 ‘학습권’도 박탈당한 채 운동의 노예가 되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2003년 3월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 화재로 8명의 꽃다운 어린 생명들이 숨을 거두었고, 17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 전국체육대회 출전을 앞두고 레슬러 김종두(17. 전북체고 2년)군은 금메달을 목표로 46kg급에 출전하기 위해 평소 체중 54kg에서 무리하게 8kg을 감량하다 숨졌다. 이들의 희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부의 ‘엘리트 체육 정책’기조의 이면에 어린 학생선수의 죽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학생선수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가? 현재 체전을 통해 ‘1등 광주, 1등 시민의 저력을 보여주자’는 시장의 의지를 위해 누가 희생되겠는가? 학교에 있을 이 시간에 경기장에서 땀 흘리는 학생선수와 관중석에 동원되어 나온 학생들에게 어느 누가 ‘공부에는 때가 있으니 지금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체전 몇 달 전부터 학생들은 인간으로서,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고 피땀 흘리며 시·도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성적을 내야하는 운동기계가 되어가고 있다. 과연 이것이 ‘체육정책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참여정부의 의지란 말인가?
이런 참혹한 현실에서 전국체전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더 이상 이들의 희생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참여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참여정부와 대한체육회는 ‘체육 강국’이라는 위상과 ‘메달’이라는 실리만을 앞세워 학생선수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전국체전을 묵인하고 조장하지 말길 바란다. 더불어 학원체육 파행의 근본 원인인 현행 전국체전을 중·고등학교를 통합한 ‘지역별 청소년 스포츠 축제’(가제)의 형태로 개선해 진정한 체육인의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에 체육시민연대는 학생선수들의 인권이 지켜지는 그날까지 정부와 체육회의 반인권적인 체육정책을 비판할 것이며 건전하고 올바른 정책수립을 끊임없이 촉구해 나갈 것이다.
2007. 10. 8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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