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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체육단체 횡령 사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공개사과하고 진상을 규명하라!

한국체육의 내실을 닦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며 신임 회장이 취임한지 한달 만에 곪고 곪았던 대한체육회의 비리가 또다시 터지고 말았다. 국고로 지원되는 훈련비와 숙박비를 여러 종목의 지도자들이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5월 브라질 태권도 대표팀을 지도하는 한국인 지도자가 국내에서 원정훈련을 하는 기간에 숙박비 수백여만원을 3개월에 걸쳐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9월에는 대한레슬링 협회 감독이 숙박비 수백만원을 빼돌린 사건도 있었다. 수법도 교묘하고 다양했다. 해당 금액보다 고액으로 카드결재를 한 후 숙박 업체로부터 현금을 되돌려 받거나 객실료를 달러로 계산한 뒤 차익을 노리는 등의 수법이 동원된 것이다. 수법도 아연실색할 노릇이지만 이런 비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2002년부터 2007년 9월까지 선수 합숙훈련비 7억 5000만원을 횡령한 수영연맹의 회장 및 간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5차례에 걸쳐 1억 60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승마협회, 2005년 선수들의 월급 및 훈련비를 횡령한 보디빌딩 협회 등 언론에 드러난 사건만도 수차례가 넘는다. 소위 ‘이쯤되면 막 가자’는 차원을 넘어 한국체육을 파국으로 몰아버려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똑같은 비리가 수차례 반복되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몇차례 내부 제보가 있었음에도 체육회는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오래된 관행이고 실제 숙소까지 가서 활인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란다. 한국 체육 전반을 관장하는 체육회의 수준미달의 자정의지와 안이한 인식을 보니 이정도면 한국체육을 파국으로 몰다못해 불치의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리려는 것이 아닌가 심이 의심스럽다.

과연 무엇이 체육회를 이토록 무능하고 도덕불감증에 빠지게 만들었는가. 국민의 혈세가 새고 있는데도 무엇 때문에 체육계는 뒷짐만 쥐고 있는가.

우선 열악한 체육회 예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올해 체육회 예산은 1천 3백 70억원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체육회가 55개 가맹단체에 내려보내는 지원금 중 60%는 태릉선수촌 훈련비로 사용되고, 그 나머지로 직원 인건비나 단체 운영비로 쓰이기 때문에 잿밥에만 눈이 갈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열악한 현실과 맞물려 대표선수 훈련비가 아직도 20년 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하아시안 게임에서 어느 종목 대표팀 감독의 털어놓은 고충이 이해갈만도 하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차로 40분이나 걸리는 곳에 숙소를 잡고 통사정해서 값싼 식사를 선수들에게 제공해야 했던 그 감독의 심정을 얼마나 처참했을까.

그렇다고 예산 부족을 핑계로 해서 정례적으로 발생하는 횡령 사건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부족한 예산에 어렵사리 대표선수단을 이끌어가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지도자가 있는 반면, 벼룩의 간을 내먹듯 가뜩이나 부족한 선수들 월급과 훈련비를 뒤로 챙기는 파렴치한 지도자가 있는 한 체육예산 증액 요구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체육예산 집행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체육회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승마협회의 횡령 사실도 유야무야 넘어가고, 내부에서 들어온 제보를 체육회 자체가 묵살한 행태는 한국 체육을 관장해야 할 엄중한 책무를 스스로 배반한 꼴이 됐다. 더불어 체육계가 도덕불감증에 걸렸다는 비난을 싸잡아 받게 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체육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공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한치의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체육계에 이런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산하 단체가 예산 사용내역을 보고하면 철저한 검증 없이 승인하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민단체를 포함한 전문가 집단이 체육회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검증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 같은 감시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훈련비 현실화 방안을 받아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용성 신임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자체수익 사업 강화를 통한 재정 기반 확충’으로 체육회가 재정자립화를 꾀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체육시민연대는 우리의 이러한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두눈 부릅뜨고 체육회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다. 만일 체육회가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체육단체들과 연대해 끝까지 우리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켜 나갈 것이다.



2009. 4. 3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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